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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176단 낸드' 5Q


SK하이닉스가 업계 최고층인 176단 512Gb(기가비트) TLC(트리플 레벨 셀) 4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176단 낸드 제품 개발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이어 두 번째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지난 7일 현재 업계 최고층인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이하 낸드)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176단 낸드 개발은 지난달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이어 세계 두 번째입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중반부터 이 낸드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반도체 크기는 손톱만 하다고 하던데, 초고층 건물 못지않게 무엇을 높이 쌓았다는 뜻일까요. 그리고 반도체 성능은 ‘나노’란 단위로 보통 평가하지 않았던가요? (나노 숫자가 작을수록 고성능) 반도체 고층(高層) 전쟁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Mint가 다섯 문답으로 풀어 봤습니다.

1. 왜 높이 쌓나요

“반도체는 크게 연산·제어 등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기억·저장 등을 맡는 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다시 D램과 낸드로 구분되죠. D램은 낸드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지만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사라집니다. 반대로 낸드는 속도는 느려도 전원을 꺼도 데이터를 반영구적으로 담아둘 수 있죠. D램이든 낸드든, 메모리 반도체의 최고 미덕은 한정된 면적 안에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보관하는 겁니다. 과거엔 저장 용량을 확대하기 위해 회로 선폭(線幅)을 좁히는 경쟁이 치열했는데요. 반도체 내부 전자가 흐르는 회로의 굵기, 즉 선폭이 줄면 같은 면적 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물리적 한계가 옵니다. 무한정 줄일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신기술이 반도체 셀(데이터 저장 공간)을 위로 올리는 ‘적층(積層)’입니다. 아파트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땅 면적이 같다면, 단층 주택보다 고층 아파트에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죠. 반도체도 마찬가지입니다. 평면상으로 같지만 층을 높이 쌓아 저장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176단 낸드 개발로 이전 모델(128단)보다 저장 공간(비트 생산성)을 35% 이상 높였다고 밝혔습니다. 적층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회사는 삼성전자(2013년, 24단)입니다. 당시 층수를 올리는 과정에서 여러 결함을 줄이기 위해 실제 초고층 건물 축조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들의 기술 조언을 얻었다고 합니다.”

2. 높이 쌓는 게 그렇게 어려운 기술인가요

“초고층 빌딩을 짓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층을 높이다가 건물이 기울어질 수도 있겠죠. 바람·지진 같은 외부 충격이 왔을 때도 높은 건물은 더 불안하고요. 반도체도 높아질수록 영향을 받는 변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반도체가 너무 두꺼워지면 스마트폰 같은 얇은 기기에 꽂을 수 없기 때문에, 층수를 계속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여러 여건을 감안했을 때, 반도체 셀층의 전체 높이가 1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를 넘기 어렵다고 합니다. 층수로 따지면 400~500단이 한계가 되는 거죠. 처음 24단으로 출발한 적층형 낸드가 7년 만에 176단에 도달했으니 ‘고도 한계’까지는 앞으로 6~7년 정도 남았습니다. 이후엔 또 다른 기술을 찾아야 할 겁니다.”

3. ‘고층' 낸드는 어떻게 작동하나요

“적층형 낸드엔 맨 위층부터 아래층까지 연결하는 수십억 개의 구멍이 있습니다. 이 통로로 전자(電子)가 오가면서 각 층이 신호·데이터를 주고받는 거죠. 고층 빌딩에 비유하자면, 사람들을 끊임없이 위아래로 실어 나르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아주 많이 있는 겁니다. 이 ‘구멍 뚫기' 기술은 반도체 공정 중 가장 어려운 과정에 속합니다. 낸드 반도체 크기가 손톱만큼 작기 때문에 드릴 같은 기계를 사용할 순 없어요. 대신 특수한 가스의 화학반응을 통해 구멍을 뚫는 방식을 씁니다. 구멍을 뚫는 횟수에 따라 싱글·더블 스택으로 나뉩니다. 싱글 스택은 위에서 아래까지 한 번에 구멍을 뚫는 기술로,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100단 이상 낸드를 이 방식으로 생산합니다. 각각 구멍을 낸 낸드 2개를 붙여 만드는 건 더블 스택이라고 합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72단 낸드부터 이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4. 층수와 나노 경쟁,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앞서 설명했듯, 주어진 공간 안에 집약도를 높일수록 최신 반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업체들은 회로 선폭을 줄여 저장 공간을 높이는 식으로 기술 개발을 해왔죠. 반도체 관련 뉴스마다 등장하는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경쟁은 이런 업계 상황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나노 전쟁’이 거의 막바지에 와 있다고 말합니다. 물리적으로 선폭을 줄일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거죠. 선폭을 좁히는 기술을 도입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낸드는 D램이나 시스템 반도체보다 구조가 단순해서 이미 수년 전부터 선폭을 줄이는 ‘나노 경쟁' 대신 위로 층을 쌓아 생산성을 높였습니다. 이젠 낸드가 아닌 다른 반도체들도 ‘적층형’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낸드보다 구조가 복잡해 층 쌓기가 어려운 면이 있지만, 8단 D램이 상용화되는 등 비(非)낸드 반도체도 층 쌓기를 시도하는 중입니다. 낸드에서 이 기술을 미리 익힌 기업이라면, 다른 반도체 공정에도 더 잘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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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28단-176단 낸드비교 / 2020년 3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

5. ‘176단 반도체'는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까요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낸드 점유율 1위는 128단 낸드를 양산 중인 삼성전자(33.1%)입니다. SK하이닉스는 11.3%, 마이크론은 10.5%였습니다. 점유율 4·5위 기업들이 가장 앞서 176단 낸드를 내놨지만, 시장 판도가 극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높이 하나만으로 절대적으로 ‘좋은 반도체'라고 단정하긴 어렵기 때문이죠. 고층 빌딩을 결함 없이 잘 짓는 것과 그 빈 공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가 다른 문제인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높은 반도체' 성과가 무의미하단 뜻은 아닙니다. 낸드 시장 자체가 계속 커지고 있어 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빅데이터·클라우드 시대가 와서 대용량 데이터 저장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요.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지난 10월 인텔의 낸드 부문 인수에 90억달러(약 9조8000억원)를 투입하기도 했죠.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는 올해 4318억 GB(기가바이트)인 낸드 시장이 4년 뒤 2024년엔 1조3662억GB로 3배 이상 커진다고 예상합니다. 일부 전문가는 10년 뒤 낸드 수요가 지금의 10배에 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분간 낸드 ‘고층’ 경쟁도 계속되고 이 경쟁에서 앞서가야 시장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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